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네 번째 토르 단독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는 2022년 개봉 이후 다양한 평가를 받으며 MCU 페이즈 4의 감정적 전환점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번 영화는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아 전작 ‘토르: 라그나로크’의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가되, 보다 깊은 감정과 메시지를 담으려는 시도가 눈에 띕니다. ‘토르: 러브 앤 썬더’는 그 제목처럼 사랑과 상실, 신의 책임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토르라는 캐릭터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1. 비주얼과 액션: 시각적 쾌감과 환상적인 세계관
‘토르: 러브 앤 썬더’의 첫인상은 단연 압도적인 비주얼입니다. 이번 영화는 우주를 무대로 천둥의 신 토르가 다양한 신들과 어둠의 세력에 맞서는 모습을 그리며, CG를 적극 활용한 색감과 시네마그래피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특히 ‘옴니포텐트 시티’라는 신들의 도시 장면은 기존 마블 영화에서 보기 드문 황금빛 공간 연출이 인상적이며, 다양한 신적 존재들의 등장으로 세계관 확장이 이뤄졌습니다.
또한 전투 장면은 기존 MCU 액션 공식에 충실하면서도 토르 특유의 전기와 망치(묠니르), 도끼(스트롬브레이커)의 조합이 시청각적 쾌감을 극대화합니다. 토르와 마이티 토르(제인)의 합동 액션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두 캐릭터가 서로의 힘을 이해하고 조화를 이루는 과정을 액션으로 녹여냈습니다. 특히 흑백으로 처리된 ‘섀도 렐름’에서의 전투 장면은 색을 제거한 연출을 통해 극한의 긴장감과 대비를 만들어내는 독창적 시도가 돋보입니다.
2. 감정선과 스토리: 유쾌함 속에 숨겨진 상실과 회복
전작에서 유쾌함과 엉뚱함으로 캐릭터의 방향성을 바꾼 타이카 와이티티는 이번 영화에서도 유머를 무기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러브 앤 썬더’는 단순한 코미디가 아닌, 보다 깊은 감정선을 포착하려는 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세 가지 상실이 있습니다. 첫째는 제인 포스터의 암 투병이라는 개인적인 비극, 둘째는 고르의 딸을 잃은 상실감, 셋째는 토르 자신이 사랑했던 존재들과의 이별입니다.
이러한 상실은 각 캐릭터에게 선택을 강요합니다. 제인은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묠니르를 들어 다시 싸움에 뛰어들고, 고르는 신을 향한 분노 속에서도 끝내 사랑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토르는 슈퍼히어로로서의 역할이 아닌, 한 아이의 보호자로서 남는 길을 택하게 됩니다. 이처럼 ‘러브 앤 썬더’는 기존 MCU의 액션 중심 서사에서 벗어나 감정적 회복과 선택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일부 관객은 유머와 진지함의 균형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특정 장면에서는 감정 몰입이 중요한 순간에도 과한 농담이 개입되어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부분이 있었으며, 러닝타임에 비해 주요 캐릭터의 서사가 다소 압축적으로 전개된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3. 캐릭터와 메시지: 신과 인간 사이, 진정한 선택
토르라는 캐릭터는 이번 작품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진입합니다. 이전까지는 아스가르드의 후계자, 복수의 전사, 어벤저스로서의 영웅이라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더 이상 ‘누구의 신’이 아닌, ‘누군가의 가족’이 되는 길을 선택합니다. 이는 마블 히어로 중에서도 드문 성장 스토리입니다. 히어로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은 세계에서, 토르는 히어로의 무게보다 사람으로서의 책임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제인 포스터는 단순히 과거 연인이 아닌, 하나의 독립적인 히어로로 그려집니다. 그녀는 암이라는 현실 앞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묠니르를 들고 싸움에 나섭니다. 그녀의 등장은 여성 히어로의 대표성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가지며, 이후 MCU의 전개에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한편, 고르 역을 맡은 크리스천 베일은 신을 죽이는 자라는 설정 하에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로 존재합니다. 그의 분노는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며, 마지막 선택 역시 희생이 아닌 사랑을 택함으로써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사랑은 고통을 동반하지만, 그 고통이 삶의 의미를 만든다는 점. 토르가 마지막에 전투 대신 보호자의 삶을 택하고, 고르기 신을 죽이는 대신 딸을 부활시키는 선택을 한 것처럼, 이 영화는 극단적 영웅서사보다는 인간적인 감정을 우선시합니다. 그리고 그런 점이 ‘토르: 러브 앤 썬더’를 단순한 슈퍼히어로 영화 이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입니다.
‘토르: 러브 앤 썬더’는 마블 영화 중에서도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MCU라는 거대한 유니버스 안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 그리고 캐릭터의 내면을 깊이 있게 조명하려 했다는 면에서 분명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감정과 웃음, 액션과 메시지를 동시에 담아낸 이 영화는 토르의 마지막 이야기이기보다는,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